(그림책)미영이 - 전미화 글.그림
홀로 남겨진 아이, 버려진 아이.
부모의 사랑과 관심, 보호가 없이 어린 아이는 과연 제대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요즘은 과거에 비해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부모 중 한 사람만 없어도 아이들은 결핍과 상실감을 갖게 마련인데 아무도 없이 홀로 남겨진다면 그 충격은 얼마나 클까? 어른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아픔과 두려움, 무서움을 느끼고 세상에 대한 신뢰를 모두 져버리지 않을까 한다. <미영이>라는 그림책은 그림도, 글도 굉장히 무덤덤하다. 무덤덤하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부모와 어른의 역할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미영이 – 전미화 글. 그림
미영이는 덥수룩한 단발머리에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다. 미영이가 새벽에 자다가 잠시 깨어났을 때 “엄마 어디 가?” 하고 묻는다. 엄마는 “화장실에. 더 자.”라고 말한다. 미영이가 일어나서 이불을 개어놓고 엄마를 기다렸지만 화장실에 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혼자 남겨진 미영이는 식구들이 많은 어떤 집으로 가게 된다. 엄마랑 살던 집보다 크고 마당도 있지만 미영이 집은 아니다. 그 집에는 미영이와 같은 나이의 아이도 있었는데 그 아이가 학교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미영이는 학교에 가지 않아서 글자를 배우지 못한다. 글자를 틀리게 쓰는 자신이 창피하다. 미영이가 아프다. 아픈 미영이의 이마를 아무도 짚어주지 않는다. 방 안에 미영이 혼자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그 옆에는 약봉지와 물 한 컵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미영이는 엄마가 날 버렸다고 생각하며 엄마 따윈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쓴다.
이 집에 낯선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온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미영이가 강아지의 똥을 치워주고 밥도 주고, 산책도 시켜준다. 미영이의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그런 강아지가 미영이는 예쁘지 않다. 캄캄해지면 강아지는 더 낑낑거리는데 그 때마다 미영이가 손가락을 물려주면 조용해진다. 미영이는 강아지가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난다. 시간이 흐른다. 미영이는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는 정말 나를 버린 걸까?’ ‘정말 나를 잊은 걸까?’ 끝없이 물어본다. 엄마가 미영이를 찾아왔다. 미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설거지 하던 손을 뒤로 감춘다.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와 그 집을 떠난다. 엄마의 손은 차갑고 단단했으며 엄마한테 설거지 냄새가 났다. “엄마, 어디 갔다 왔어?” 미영이가 물어볼 때 목구멍에 뭔가 걸린다. 엄마는 버스를 기다리며 운다.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엄마 손은 따뜻했으며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 혼자 남은 미영이
화장실 간다고 했던 엄마를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낯선 어떤 집에 가게 된다. 그 집에서 미영이는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이로 지내게 된다. 설거지를 하고 강아지를 돌보며 미영이는 엄마를 기다린다. 자신을 버린 엄마가 야속하고 미웠다가도 그립고, 보고 싶고...... 그런 엄마가 돌아오기를 어린 미영이가 얼마나 기다렸을까?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아픈 몸을 누이고 있을 때 얼마나 서러웠을까? 아픈 나에게 그 누구도 관심 가져 주지 않고 자신은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슬펐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엄마가 돌아와 엄마 손을 잡고 돌아가는 미영이의 뒷모습을 볼 때 엄마가 돌아와서 다행이다 싶지만...세상을 어느 정도 경험한 어른의 시각으로 앞으로 이 두 여자가 살아가야 할 날들 또한 녹록치 않겠구나 싶어서 너무 안타까웠다. 어린 미영이가 멋진, 따뜻한 어른 미영이로 잘 자랐으면 좋겠다.
√ 엄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아이를 이른 새벽 그렇게 버리고 갔을 젊은 엄마의 그 마음이 어땠을까. 그런데 정말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그 때는 그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아이를 버리고 간 그 엄마의 삶도 미영이의 삶만큼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영이가 잡은 엄마의 손은 차갑고 단단했으며 설거지 냄새가 났다. 이 책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미영이에게도 아빠가 존재 할텐데 양육을 모두 엄마에게 맡겼다는 것은 아빠는 엄마를, 미영이를 정말로 버린 것일 것이다. 엄마가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엄마에게는 어마어마한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며 경제적인 부분까지 도맡아야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이다.
미영이와 엄마가 겪어야만 하는 이 상황들이 너무 마음이 아픈 책이었다.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상황들이 과연 좋아질까.... 다행히 책의 뒷 표지에서 미영이는 여느 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다. 아마도 엄마가 돌아온 이후의 미영이 삶은 행복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