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스스로 자신을 나이라는 숫자에 가두고 생활할 때가 많다. 사회가 어렴풋이 정해놓은 틀에 나를 맞추어야 될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나잇값을 하지 못 한다’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사실 나이, 그것은 숫자에 불과할 뿐인데……. 우리는, 아니 나는 왜 그렇게 내 안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다지 근엄하지도 않고, 그다지 어른스럽지도 않고, 그다지 현명하거나 지혜롭지도 않은데 말이다. ‘40대’라는 나이도 얼마든지 가볍고 즐거울 수 있으며 틀릴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는데, 나이가 주는 무게감에 사로잡혀 자유롭지가 않다.
그 나이가 주는 무게감을 떨치게 해주는 그림책이 바로 여기 있다.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 사노요코 글, 그림
어느 곳에, 작은 집에서 98살 할머니와 아주 씩씩한 5살 수컷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다. 그 고양이는 날마다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낚싯대를 매고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고양이는 날마다 “할머니도 고기 잡으러 가요.”라고 말한다.
할머니는 “하지만 나는 98살인걸. 98살 난 할머니가 고기를 잡는 건 어울리지 않아.” 하고 대답한다.
고양이가 낚시를 하러 나가면 할머니는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밭에서 따 온 콩꼬투리를 깐다든지, 낮잠을 잔다든지 했다. “하지만 나는 98살인 걸.” 말한다.
오늘은 할머니가 99살 되는 생일이다. 할머니는 케이크를 무척 잘 만들어서 그 날도 할머니는 아침부터 케이크를 만든다. 고양이가 “할머니는 케이크를 잘 만들어요.”하자 “하지만 나는 할머니인걸. 할머니는 케이크를 잘 만든단다.” 한다.
할머니는 고양이에게 양초 99자루를 사 오라고 한다. 양초를 세지 않으면 진짜 생일이 아니라면서……. 고양이가 양초를 사오다가 냇물에 양초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양초 5자루만 들고 울면서 집으로 온다. 할머니는 5자루라도 없는 것 보다 낫다며 케이크에 양초를 꽂는다.
고양이가 “1살, 2살, 3살, 4살, 5살. 5살 생일 축하해요! 그런데 할머니 진짜 5살이에요?”
“그래, 하지만 분명히 양초가 5자루인걸. 올해 나 5살이 된 거야.”하고 말한다.
“나하고 똑같네!”
다음 날 아침, 고양이는 고기를 잡으러 나가려고 한다.
“할머니도 가요.”
할머니는 “하지만 나는 5살인걸……. 어머. 그렇지! 5살이면, 고기 잡으러 가야지.” 하고 말하고는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씩씩하게 고양이하고 함께 나갔다. 할머니는 들판의 꽃 냄새를 맡으며 “5살은 어쩐지 나비 같은걸.” 하며 말한다. 한참 걸어서 냇가로 갔다. 고양이는 훌쩍 냇물을 뛰어넘는다. 고양이가 “할머니도 해 봐요.” 하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5살인걸. 어머, 그렇지! 5살이면 나도 뛰어야지.” 하며 할머니는 풀쩍 뛰었습니다. (명장면)
냇가에서 할머니는 장화를 벗고 냇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다.
“어머나 나, 어째서 고기를 잘 잡게 되었을까. 5살은 어쩐지 물고기 같은걸.”
앞치마 끈에 물고기가 1마리씩 대롱대롱 매달려 나오자 할머니는
“어머, 어머, 어머, 어머! 나 어째서 고기를 잘 잡게 되었을까.” 하며 물고기를 아주 신나게 잡는다. “5살은 어쩐지 고양이 같은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는 말한다.
“저어, 나 어째서 좀 더 일찍 5살이 되지 않았을까. 내년 생일에도 양초 5자루 사 가지고 오렴.”
이 그림책은 마치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 것 같다. 물론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을 때도 재미있게 듣는다. "할머니 왜 그래? 할머니 이상해. 나비가 왜 5살이야? 5살이 왜 물고기야?" 라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른을 위로하고 어른인 척해야하고,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자기를 가두려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책이 이 그림책이 아닐까?
내 안에 너무 나를 가두지 말자.
나에게 온 현실에 너무 아파하지 말고, 그 현실에 좌절하지 말자.
내 안에 들어있는, 웅크리고 있는 작은 나를 자유롭게 밖으로 나오게 하자.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처럼!!! 그리고 그 냇가를 풀쩍 뛰어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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